[인터뷰] 프란츠 벨저-뫼스트 "마음 열고 귀 기울이면…바그너와 브람스의 속삭임이 들릴 겁니다"

입력 2022-10-04 18:27   수정 2022-10-05 00:24


‘세계 최정상 관현악단’이란 명성에 걸맞게 그동안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함께한 지휘자들은 쟁쟁하다. 클라우디오 아바도(1973년)를 비롯해 로린 마젤(1980년), 오자와 세이지(1993년 2004년), 주빈 메타(1996년 2003년), 발레리 게르기예프(2006년), 크리스티안 에센바흐(2015년), 정명훈(2016년), 크리스티안 틸레만(2019년), 리카르도 무티(2021년) 등 당대 최고 거장들이 빈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빈필하모닉은 다음달 3일과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열세 번째 내한 공연을 이끌 주인공으로 특별한 지휘자를 선택했다. 구스타프 말러,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칼 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으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 지휘 명장’의 계보를 잇는 프란츠 벨저-뫼스트(62)다. 빈필하모닉이 자국 출신 지휘자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가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이란 걸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벨저-뫼스트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두 나라에 특별한 해를 기념하는 공연에 참여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무엇보다 12년 만에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벨저-뫼스트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에는 런던필하모닉과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2010년에는 미국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와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해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당시 한국 청중의 열광적인 반응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과 사랑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난 벨저-뫼스트는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나 사고로 손을 다친 뒤 지휘로 전향했다. 20세에 카라얀 문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런던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스위스 취리히오페라 음악감독을 거쳐 2002년부터 미국 명문 관현악단인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를 20년째 이끌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는 카라얀 이후 처음으로 빈국립오페라 음악감독(2010~2014년)도 맡았다. 그는 “오페라극장에서 일할 때 기량이 뛰어나고 훈련이 잘된 한국 성악가들과 여러 차례 함께 일했다”며 “오스트리아에는 재능 있는 한국 유학생이 많은데, 그들을 볼 때마다 행복하다”고 했다.

빈필하모닉은 1954년 이후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들이 선출한 객원 지휘자에게 악단을 맡기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벨저-뫼스트는 1997년 빈필하모닉을 처음 지휘한 이후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정기 연주회와 빈필하모닉이 주관하는 세계적 여름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 매년 객원 지휘자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 지휘자만 초청받을 수 있다는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2011년과 2013년 지휘했고, 내년에도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빈필하모닉과 깊은 우정을 쌓았고, 남다른 음악적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오랜 클래식 음악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 같은 ‘음악적 공기’로 숨 쉬어온 것이 이런 관계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벨저-뫼스트는 후기 낭만주의 대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가장 잘 해석하는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핵심 레퍼토리로 슈트라우스의 걸작 교향시인 ‘죽음과 변용’(3일),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4일)를 골랐다. ‘죽음과 변용’은 2019년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2011년 루체른페스티벌에서 벨저-뫼스트가 빈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해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빈필하모닉이 한국에서 슈트라우스를 두 곡이나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슈트라우스는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 빈필하모닉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죽음과 변용’은 슈트라우스가 빈필하모닉을 지휘하며 공연한 작품입니다. 저는 슈트라우스가 빈필의 사운드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작곡했다고 생각합니다.”

벨저-뫼스트와 빈필하모닉은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와 함께 첫날(3일)에는 바그너의 ‘파르지팔’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이튿날(4일)에는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드보르자크 8번과 브람스 3번의 공통점은 작곡가가 각각 휴양지로 즐겨 찾던 전원 마을에서 탄생했다는 겁니다. 두 교향곡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가 많이 담긴 이유죠. 특히 제게 브람스 3번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과 같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저의 느낌과 해석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죠.”

벨저-뫼스트는 시대의 라이벌이자 음악적으로 대척점에 있던 바그너와 브람스의 서곡을 양일 프로그램의 첫 곡으로 나란히 배치한 것에 대해선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했다. 그는 “양일 프로그램은 저마다 고유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구성했다”며 “주의 깊게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인다면 누구나 쉽게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균/송태형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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